수상한-자(字)
한국어로는 한자어라는걸 확신하는데 비슷한 발음의 베트남어가 한자어인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또는 반대로 베트남어의 모양새를 봤을 때 한자어라는걸 짐작할수 있지만 한국 한자어로는 엉뚱한 풀이가 되어 당황할 때가 있습니다.
베트남과 한국은 오랜 세월 같은 한자의 영향을 받았으니 대부분 비슷한 구성의 한자어를 사용할 것이고 발음마저 비슷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다보니 발음의 유사성만 보고 특정 한자어라고 단정짓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는 합니다. 아래 소개할 phi tang도 그중 하나입니다.
그럴싸한 단서
오늘의 수상한 자와 그 발음을 살펴보겠습니다.
phi | tang |
수상한 자 | |
피 | 땅 |
[ 발음표기 ] |
phi tang은 한국어로 [피 땅]이라고 표기합니다.
첫번째 자 phi는 첫소리 ph와 나머지소리 {i}의 조합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현재까지 블로그에서 다룬 한자음 대조 코너를 잠깐만 살펴보면, 첫소리 ph는 한국 한자음으로 [ㅂ, ㅍ]이 되고, 나머지소리 {i}는 한국 한자음으로 대부분 {이}가 된다는 사실을 금세 확인할수 있습니다.
첫소리 | ph | ㅂ, ㅍ |
{나머지소리} | i | 이 |
한자음 | phi | ? |
(비, 피, ...)
두번째 자 tang은 첫소리 t와 나머지소리 {ang}의 조합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첫소리 t는 한국 한자음으로 보통 [ㅅ, ㅈ, ㅊ]이 되고, 나머지소리 {ang}은 {앙/양}이 된다는걸 알고 있습니다.
첫소리 | t | ㅅ, ㅈ, ㅊ |
{나머지소리} | ang | 앙/양 |
한자음 | tang | ? |
(상, 장, 창, ...)
- # 첫소리t
- # 나머지소리{ang}
- # 끝소리ng
- # tang
하여 phi tang이라는 글자를 봤을 때 "비상하다" 혹은 "비장하다"라고 추측하기 쉽습니다.
맞춰지는 퍼즐
우리말 사전에는 다양한 의미의 비상하다가 있습니다.
비장하다도 못잖게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로써 두 단어 모두 한자어임은 확인이 되었고, 이번엔 베트남어 사전을 살펴봅시다.
베트남어 사전에서 phi tang의 정의를 살펴보면 증거물을 없애다(예문: 증거 인멸을 위해 모든 서류를 태우다) 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평화로운 결론
phi tang은 [피 땅]이라는 발음과 글자 조합 때문에 우리말로도 비상 또는 비장이라 오해할 수 있지만 다른 한자를 베트남음으로 표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phi와 tang 두 자 모두가 한자인지 또는 정확히 어떤 한자인지는 알려진 바 없으나 이중 두번째 자인 tang은 여러 정황상 장물 贓 자로 추정됩니다.
하여 우리가 아는 "비상하다"의 "비상"이나 "비장하다"의 "비장"과 달리 베트남어의 "피 땅"은 한국어로 "증거를 인멸하다"로 풀이할 수 있으며, 한자도 다르고 의미도 다른 경우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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